
1. 폐가라는 시간의 단층: 흔적이 증언하는 삶(주제 키워드: 폐가, 시간, 흔적)폐가는 단순히 버려진 건물 그 이상이다. 시간의 단면이 그대로 노출된 이 공간은, 그 안에서 흘렀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를 맞이한다. 낡은 커튼, 벽에 걸린 시계, 아직도 열리지 않은 옷장의 문 하나에도 인간의 일상이 조각처럼 박혀 있다. 바닥에 흩어진 신문 한 장은 우리가 지나간 과거의 어떤 날을 정확히 기록하고 있고, 벽에 걸린 가족사진은 누군가의 미소를 시간이 삼켜버리기 전의 정지된 순간으로 남긴다. 이렇듯 폐가는 우리에게 시간의 지층을 들춰보게 하는 공간이다. 일반적인 시간은 연속적이고 추상적이지만, 폐가에서는 시간은 물질로서 존재하고, 시각적, 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지나간 시대의..